[특파원 칼럼] 정치 품격은 어떻게 사라지나

입력 2023-11-20 17:40   수정 2023-11-21 00:29

미국 공화당 소속 조지 산토스 하원 의원. 지난해 11월 34세의 나이로 당선돼 화제가 됐다. 그것도 민주당의 텃밭인 뉴욕주에서 공화당 깃발을 꽂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를 진정 유명 인사로 만든 건 그의 허위 이력이었다. 뉴욕 버룩칼리지는 물론 뉴욕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나왔다는 건 거짓이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근무 경력도 가짜였다. 조부모가 홀로코스트 피해자이고 어머니는 9·11테러 생존자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었다. 동성애자라고 주장했지만 여성과 결혼한 전력도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었다. 그는 선거자금으로 개인 옷을 사고 자동차 할부금을 냈다. 플로리다주 한 투자회사에서 연봉 12만달러를 받으면서 2만4000달러의 실업수당도 챙겼다. 결국 지난 5월 공금 유용과 사기, 돈세탁 등 13개 혐의로 뉴욕연방검찰에 기소됐다.
희대의 거짓말 의원
‘미국판 전청조’급이었지만 미국 하원의 대처는 미온적이었다. 하원 본회의에 두 차례나 산토스 의원 제명안이 상정됐지만 모두 부결됐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석이 아쉬운 공화당 입장에서 희대의 사기꾼이라도 품어 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석수는 하원(435석)의 과반보다 불과 4석 많은 222석이다.

5월 당시 하원의장이던 케빈 매카시 의원은 “재판 중이니 지켜보자”며 산토스 의원을 감쌌다. 법원 판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그러면서 하원 윤리위원회가 산토스 의원의 위법을 확인하면 사임을 요구하겠다는 단서를 붙였다.

그러나 지난 16일 하원 윤리위가 산토스 의원의 위법 증거가 상당하다며 사건을 법무부에 넘기기로 했지만 매카시 전 의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3일 하원의장에서 탄핵당한 것도 이유겠지만 본인 또한 구설에 올라서다.

매카시 의원은 이른바 ‘팔꿈치 사건’에 연루됐다. 14일 매카시 전 의장은 미 의사당에서 방송 인터뷰 중이던 같은 당 소속 팀 버쳇 하원 의원을 팔꿈치로 쳤다. 그는 나중에 “팔꿈치로 친 적이 없고 인파에 밀리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일부 언론은 매카시 전 의장의 복수라고 해석했다. 버쳇 의원은 매카시 전 의장 해임을 주도한 공화당 강경파 의원 8명 중 한 명이다.
막말 넘치는 한국 국회
공화당 소속 마크웨인 멀린 상원의원은 청문회 증인과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다. 종합격투기(MMA) 선수 출신인 멀린 의원은 숀 오브라이언 운송노조위원장이 과거 자신을 비판한 소셜미디어 글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당신은 계속 혓바닥을 놀리고 싶은가 본데 우리는 합의하에 싸울 수 있다”고 소리쳤다. 오브라이언 위원장이 “좋다”고 응수하자 멀린 의원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청문회를 주관하던 버니 샌더스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장이 “당신은 미국 상원의원”이라고 제지하자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국회의원이라면 모름지기 품격을 지켜야 한다”는 샌더스 위원장의 말은 미국 의원들에게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어린놈” “건방진 놈”과 “정치 쓰레기” 같은 막말로 정치를 후지게 만드는 한국 국회의원들도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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